자폐성향

 자폐성향은 뇌 활동 장애의 일종입니다. 더욱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자폐증은 좌뇌 발달의 부진에 의해 나타나는 증세입니다. 

  좌뇌와 우뇌는 그 기능이 판이하게 다르지만 서로 긴밀히 교류하며 우리 몸의 모든 활동을 주도해 갑니다. 좌뇌는 언어, 사회성, 분석 등의 활동들을 주관하는 반면 우뇌는 암기, 모방 등의 제어에 주로 관여합니다. 언어에 있어서도 대명사, 전치사 등은 좌뇌가, 그리고 동사와 명사는 우뇌가 이해합니다.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기능을 시작하는 우뇌와는 달리 좌뇌는 생후 18개월이 되면서부터 일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생후 18개월이 되기까지는 정상아동이나 자폐 아동이나 언어발달 면에서 별 차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때까지는 모두가 우뇌를 이용하여 단순 암기, 모방 식으로 언어를 익히기 때문입니다. 

  정상 아동들의 경우에는 생후 18개월이 되어 좌뇌가 일을 시작하면서 그 동안 단어로만 나열되던 말들이 문장이 되어 나오고 사회성이 발휘되어 친구들과 교류를 시작하면서 언어발달에 가속이 붙게 됩니다. 그러나 자폐 아동들은 생후 18개월이 지나도 좌뇌가 계속 휴면상태에 머물러 있음으로서 언어와 사회성이 개발되질 못합니다. 자폐 아동들 중에는 생후 18개월이 지나면서 오히려 그 전에 했던 말조차도 잊어버리는 어린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친구들과의 교류에 관심이 없다보니 언어의 필요성도, 충동도 느끼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자폐 아동들은 들판에서 농부들이 일을 하고 있는 사진을 보며 그 사진 안에 있는 모든 사물들(소, 나무, 구름 등)의 이름을 말할 수 있지만 그 사진 속의 사람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물으면 대답하지 못합니다. 사물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은 우뇌가 하는 일이지만 그 모든 것들을 종합, 분석하여 그 사진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일은 좌뇌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자폐 아동들은 대체로 뛰어난 암기력을 통해 많은 지식을 습득하지만 좌뇌의 결함으로 인해 응용능력이 없으므로 그 지식이 별로 효용가치가 없습니다. 또한, 자폐 아동들은 말을 배우더라도 좌뇌가 아닌 우뇌로 배우므로 의미 있는 대화가 아닌 반향어(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모방하는 언어)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상 아동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혹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본능적으로 주변의 소리들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부모의 목소리는 그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귀담아 듣는 소리입니다. 귀를 통해 끊임없이 유입되는 여러 종류의 소리들은 좌뇌를 자극하여 마침내 좌뇌로 하여금 긴 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시작하게 합니다. 

  그러나 자폐 아동들은 자기 주변에서 발생하는 소리들을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나치게 민감한 청각으로 인해 소리에 의한 고통을 느끼다보니 자신을 괴롭히는 그 소리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소리를 차단하며 사는 것입니다. 소리를 차단하는 행위를 영어로는 'tuning out'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그 어린이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소리들(부모의 목소리 등)조차도 함께 흘려 보내게 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충분한 자극을 전달받지 못한 좌뇌는 계속 휴면상태에 놓이게 되고 그 어린이의 언어와 사회성 역시 심각한 지체를 겪게 됩니다. 

  지난 20년 동안 연구소를 찾은 수천 명의 자폐 아동들 중에서 청각검사가 이루어 진 어린이들의 수는 전체의 10% 정도였습니다. 청각검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검사를 받는 어린이가 「들려요」,「안 들려요」정도의 의사표현을 정확히 해 주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자폐 아동들이 이러한 표현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검사가 이루어진 그 10%의 어린이들로부터 확인된 사실은 그들 모두가 2000 헤르츠 이상의 높은 주파수들에 매우 민감한 청각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검사에 성공한 어린이들 모두에게서 이러한 청각상의 특징이 확인되는 것으로 미루어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어린이들 역시 같은 유형의 청각을 지니고 있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자폐성향은 좌뇌의 이상에 의한 것이고 좌뇌의 이상은 과민한 청각에 의한 것이므로 청각왜곡이 자폐성향의 근본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폐성향 어린이들의 청각왜곡은 유아기 때에 복용한 항생제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